전시

지난전시

지난전시 중랑아트센터 기획전
《숨, 그리고 결》

배요섭, <물고기 무늬 항아리>, 높이 59cm, 작가 소장

배요섭, <그릇 받침대>, 높이 43~44cm, 작가 소장

배요섭, <연가>, 높이 92cm, 작가 소장

배요섭, <물고기 무늬 편병>, 높이 26.5cm, 작가 소장

배요섭, <훈>, 높이 9~12.5cm, 작가 소장

유경애 외 체험프로그램 참여자, <접시>, 높이 2~2.5cm, 작가 소장

체험프로그램 참여자, <다양한 옹기>, 높이 1.5~10cm, 작가 소장

이현자, <경대>, 높이 39cm, 작가 소장

이혜연, <육각 등>, 높이 125cm, 작가 소장

기간

2021-03-17 ~ 2021-04-30

장소

중랑아트센터 제1,2전시실

참여작가

배요섭 옹기장, 옹기테마공원 체험프로그램 참여자

흙과 불이 내뿜는 강렬한 포효 속 고요한 정적이 찾아오면 마침내 생명을 얻은 옹기가 그 위용을 드러낸다. 그리곤 마치 태초의 기억을 떠올리듯 흙과 불이 불어넣은 숨을 머금고 서서히 우리의 삶 속으로 녹아든다. 생활 곳곳에 깊숙이 자리한 옹기는 더 이상 그 누구의 관심도, 찬사도 없지만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대지大地의 푸근함을 선사한다. 

중랑아트센터는 생동하는 봄, 3월을 맞아 늘 우리 곁에 있었지만 너무 흔해서, 너무 낯익어서 문화적 편향성의 잣대로 ‘예술의 바깥에 놓였던, 옹기’를 전시의 주인공으로 초대하여 새로운 관점의 논의를 이어보고자 한다.  

고대의 토기에서 조선의 백자를 지나 현대 도자에 이르는 한국 도자사의 흐름을 되짚어 보면 길고 긴 역사의 연표에서 청자도, 분청사기도, 백자도 잠깐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하지만 옹기만은 특정 시대와 계층을 초월하여 고대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의 세월 동안 그 맥을 지켜오며 도기陶器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이는 현존하는 각종 문헌 기록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데, 자기磁氣가 성행했던 고려와 조선시대에도 옹기는 생활용기로서 지속적으로 만들어지며 궁궐을 비롯해 귀족은 물론 서민에 이르기까지 그 수요가 상당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옹기는 태고太古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과 늘 함께 공존하며 한국인의 고유한 정서와 삶의 지혜, 신앙 등 무형의 문화를 품어 왔다. 

또한 그 쓰임도 다양하여 장독대 외에도 부엌 등에서 사용하는 저장ㆍ운반용 용기는 물론 굴뚝, 등잔, 악기에 이르기까지 생활용품으로도 폭넓게 제작되었다. 특히 옹기는 고추장, 된장과 같은 장 문화와 김치와 같은 발효식품의 보관용 그릇으로 사용되며 한국의 식문화 형성과 발전에도 큰 기여를 해왔다. 따라서 옹기는 보다 넓은 범주의 문화사적 관점에서 중시되고 연구되어야 할 가치가 충분히 있으며 그러한 재평가의 행보에 이번 전시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잊혔던 한국의 전통문화인 ‘옹기와 한지 공예의 가치 재발견’이라는 화두를 안고 기획된 이번 전시는 중랑아트센터가 마련한 2021년, 첫 번째 전시로 전통문화 계승과 발전에 앞장서는 중랑구의 ‘옹기테마공원’과 함께한다. 전시에는 중랑의 고유한 문화적 자산인 배요섭 옹기장(前서울시 무형문화재 제30호)의 푸레독과 옹기테마공원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창작된 일반인들의 한지 공예와 옹기 작품들이 함께 소개된다.

투박하지만 멋스럽고 강인하지만 겸손한 옹기들의 향연饗宴을 통해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전통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더불어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뜻깊은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